은퇴 후에도 언제까지 일할 수는 없다.
다만, 나와 내 주변의 경우를 보면 10년정도는 무리없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은퇴후의 10년에 대한 로드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은퇴자의 한 명으로서,
은퇴 후 10년의 로드맵을 몇 편의 시리즈로 작성해보고자 한다.
1편, 왜 은퇴 후 10면의 로드맵이 필요한가?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은퇴 이후의 삶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지금의 중고령 은퇴자들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20~30년의 ‘두 번째 인생’을 스스로 설계해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직후에는 잠시 숨을 고르지만,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방향을 잃고 일상의 리듬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KCI 등재된 논문,
"중고령 은퇴자들의 은퇴 후 경과기간별 은퇴생활적응의 영향요인"에서도
은퇴 후 1~2년 사이에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며
이 시기의 정서적·사회적 적응이 이후 10년의 삶을 크게 좌우한다고 분석한다.
논문은 특히
"은퇴 후 초기의 삶의 구조가 안정적일수록 이후 생활적응이 높아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은퇴 직후의 몇 년이 향후 10년의 삶을 결정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은퇴 후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방향 상실’이다
나는 은퇴를 5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
필요한 자격증도 취득했고, 커리어를 다시 설계하기 위해 여러 직무를 공부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예상보다 훨씬 견고했다.
취업 포털 사이트를 보면
60대 지원자는 전체의 1~2%에 불과했고
대부분 재취업의 중심축은 40~50대였다.
나 역시 대기업에서 30년 이상 근무했음에도
면접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나는 인사 담당자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기도 했다.
지원자가 많고 선택지가 넓은 상황에서
굳이 60대 지원자를 뽑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현실은 생각보다 더 차갑고, 경쟁은 더 치열했다.
많은 은퇴자들이 바로 이 지점에서 멈춘다.
“하려고 해도 안 되는구나.”
“내 자리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며 방향을 잃기 쉽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여기에 있다.
은퇴 후 방향 상실은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10년을 설계하는 구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은퇴 후 10년은 ‘자동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은퇴 전 30~40년의 직장 생활은
누군가가 정해둔 시간표 안에서 이루어졌다.
출근·회의·업무·평가·승진이라는 구조는
스스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보호막이었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그 보호막이 완전히 사라진다.
시간은 갑자기 많아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정하지 않으면
하루는 빠르게 무너지고,
그 하루가 모여 삶 전체가 흔들린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은퇴 후에는 ‘10년 로드맵’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로드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
- 1~2년: 정비의 시간
- 3~5년: 구축의 시간
- 6~10년: 확장의 시간
이렇게 3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삶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방향을 만들며,
그 방향을 삶의 질서로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가 말하는 사실: 준비한 사람도 흔들린다
앞서 언급한 KCI 논문은
은퇴 후 생활 적응은 “사전 준비 여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중고령 은퇴자의 경우
준비를 많이 했던 사람조차 ‘사회적 관계 상실’과 ‘역할 변화’에서 오는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즉,
은퇴 후의 10년은 준비한 사람도 흔들린다.
중요한 것은 준비의 양이 아니라,
은퇴 후 실제로 “새로운 구조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이다.
나는 이 사실을 은퇴 후 실제로 깊이 깨달았다.
경험과 경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사회는 나를 여전히 ‘나이 많은 사람’으로만 보았다.
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10년을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그래서 10년 로드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10년 로드맵은
미래를 장식하는 계획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구조다.
- 잃어버린 역할을 새로운 의미로 전환하고
- 약해진 관계를 다시 연결하며
- 무너진 리듬을 다시 세우고
- 나를 지탱할 일상의 질서를 재구축하는 일
바로 이것이
은퇴 후 10년 로드맵이 필요한 이유다.
다음편에서는 은퇴 후 10년을 3개의 구간으로 나눠서 설계해 보고자 한다.
'세컨드 라이프 설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편, 은퇴 후 10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0) | 2025.11.29 |
|---|